나의 오랜 벗이자, 생활의 즐거움이었던 카레이싱

F1 경기 유치로 대중화를 꾀하기는 하였지만, 실제 국내 모터스포츠 수준은 후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만, 

그 속내는 더 복잡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현실이다. 


아직 국내 모터스포츠는 산업이라 불릴만한 수준이 못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또 다른 형태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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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카레이싱의 세계


속도전 끝판왕 F1, 사막 누비는 랠리…가슴 뛰지 않나요

여러 대의 자동차가 정해진 코스를 돌며 속도 전쟁을 벌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속도와 맞먹는 시속 320㎞로 매끈한 경주로를 달리는 자동차도 있고, 거친 비포장 도로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자동차도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집니다. 12일은 자동차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 강원도 진부령에서 열린 경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자동차 경기(레이싱)가 열리고 있어요. ‘스피드 스포츠’라 불리는 레이싱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시속 320㎞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이 경주를 펼치는 F1.


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 축제다. 여기에 더해 세계 3대 인기 스포츠 대회로 꼽히는 종목이 바로 F1(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이다. 1950년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전 세계 자동차 경주를 총괄하는 ‘모터스포츠 룰(Formula)’을 

만들고, 이 규정에 따라 영국 실버스톤에서 시작된 대회다. F1은 매년 세계 150여 개국에 중계돼 6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큰 대회다. 

F1은 자동차 레이싱의 ‘끝판왕’이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월드컵 이상의 위상을 가졌다. ‘포뮬러 레이스’라 불리는 종목의 최종 단계로 매년 17~18개국에서 열리며, 각 나라에서 거둔 성적을 점수로 합산해 팀이나 개인별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타이어가 차 몸통 밖으로 튀어나온 1인용 경주차를 타고 속도를 겨룬다. 한 경기당 총 55랩(바퀴)을 돌아 가장 빨리 들어온 순서로 순위를 정한다. 순위별로 25점(1위), 18점(2위), 15점(3위) 등으로 10위까지 점수를 매긴다. 경기별 점수를 더해 최대 득점자가 챔피언이 되는 방식이다. 참가 선수는 총 300~400㎞에 달하는 거리를 달리며 우승자는 약 1100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포뮬러 레이스에는 레이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나라에서 포뮬러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 변동식 협회장은 “포뮬러 레이스는 한 마디로 자동차 경기 전용으로 개발된 경주차들의 대결”이라고 설명했다. 

F1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일단 FIA에서 발급하는 ‘수퍼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엄청나게 까다롭다. 포뮬러 레이스의 최고봉이 F1인 만큼, 포뮬러 레이스의 각 대회에서 최소 3위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계 넘나드는 F1 선수 

수퍼 라이센스를 취득한 선수는 전 세계에 22명 뿐이다. 11개의 F1팀에서 각각 2명의 드라이버(운전자)를 선발해 수퍼 라이센스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연봉도 높다. 현 F1 챔피언인 세바스찬 페텔은 170억 원, 또 페르난도 알론소와 루이스 해밀턴은 30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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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에 사용되는 자동차의 가격은 평균 100억 원에 달한다. 복잡한 성능 때문이다. 고성능 장비를 운용하는 선수들의 신체 능력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성인 남성의 심장은 1분에 약 80번을 뛰지만 이들은 분당 140~180번까지 맥박이 뛰고, 이 상태를 90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달리는 동안 차량의 각종 장치를 1만 번 이상 조작할 수도 있다. 시속 320~360㎞의 속도로 달리는 도중에 주변 차와의 간격을 재고 감독이 전달하는 각종 지시 사항을 읽고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너를 돌 때는 몸무게의 3배에 이르는 압력을 견디며 50도에 가까운 차의 열을 이겨내야 한다. 워낙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라 한 경기를 마친 선수의 몸무게가 평균 3㎏ 가까이 줄어들 정도다. 

올해는 3월부터 호주·말레이시아·중국·스페인 등에서 F1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아쉽게도 F1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선수가 없다. 유럽에 비해 약 80년 늦게 레이싱이 도입된데다 수퍼 라이센스를 획득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F1 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으며, 레이싱 불모지(사물이나 현상이 발달되지 않은 곳)에서 벗어나려는 중이다. 

투어링카 레이스와 카트·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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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자갈길과 날씨·기온을 극복하며 질주해야 하는 랠리 경주.


자동차 경주는 F1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어링카(장거리 주행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차)’ 레이스도 있다. 일반 자동차를 경기 규정에 맞춰 개조해 참가하는 레이싱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펼쳐지는 투어링카 레이스는 다양한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투어링카 레이스의 한 종류인 ‘수퍼 GT’ 대회의 경우 마력(말 한 마리가 끄는 힘, 동력을 측정하는 단위)에 따라 자동차의 종류가 GT500(500마력)·GT300(300마력)으로 구분되며 닛산·람보르기니·포르쉐·BMW·아우디와 같은 일본·유럽의 자동차 회사가 각각 팀을 만들어 참가하고 있다. 2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등이 투어링카 레이스의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대회에 따라 3000만~1억원 가량의 상금이 걸린다. 

카트는 레이싱의 기본으로 통한다. 한 마디로 F1 경주차를 귀엽게 축소한 버전이다. 높이는 대략 60㎝ 이하. 길이 180㎝ 정도의 차체에 엔진을 얹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달아 조종한다. 12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카트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보통 400~1600m 길이의 코스에서 열리며 대회별로 차이가 있지만 약 500만원 정도의 상금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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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레이싱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보통 5살 때부터 카트로 레이싱을 시작한다. 주행 방식이 간단하기 때문에 별도의 면허가 없어도 되며, 4주 정도 훈련을 마쳐 실력을 검증 받으면 협회 라이센스를 받아 경주에도 참가할 수 있다. 

랠리의 경우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펼쳐지는 경주다. 때로는 눈 덮인 도로와 빙판·사막·자갈길을 달리며 변덕스러운 날씨와 기온을 극복해야만 한다. 약 5000㎞를 5일에 걸쳐 달리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달리는 ‘이스트 아프리칸 사파리’, 유럽전역을 누비는 ‘몬테카를로 랠리’ 등이 있다. 

레이싱은 자동차 기술의 각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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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CJ 헬로모바일 수퍼레이스’ 대회에서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들의 모습.


레이싱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외 다양한 자동차 회사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자동차 회사인 맥라렌이나 독일의 아우디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이싱 팀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KSF의 주최사로 레이싱에 참여하고 있고 쉐보레의 경우 'CJ헬로비전 수퍼레이스'에 팀으로 참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경기에 참여하는 건 단순히 홍보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것만은 아니다. 레이싱은 자동차 기술의 시험장이자 각축장이기도 하다. 변 협회장은 “레이싱은 새로 개발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실제 시장에 적용하기 전에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 경쟁하는 스포츠인 만큼 각 회사가 준비한 기술을 경쟁으로 비교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국내·외 경기 

중앙일보

글 = 김록환 기자 

사진 = 한국자동차경주협회 제공 

김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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